수축사회, 브랜드와 디자인이 답이다
디자인과 브랜드가 핵심 무기다.
요즘 한국 자동차의 뒷면을 보면 쉽게 구분이 안 된다. 독일의 BMW,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 르노삼성의 SM6는 뒷모습이 거의 유사하다. 기아차의 뉴K9은 벤츠와 비슷하다. 독일 차는 2018년 BMW 차량 화재 사건에서 보듯이 이제 품질에서 국산차와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가격 차이는 매우 크다. 그렇다면 왜 품질 차이가 좁혀졌을까? 바로 4차산업혁명으로 자동차 생산과정에 로봇이나 IT기기 사용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느 자동차 회사나 유사한 산업용 로봇을 사용한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용 로봇을 투입한 기업의 자동차가 가장 우수하다.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사용 비중이 높은 공산품의 품질이 점점 더 비슷해지면서, 이제 어느 회사나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승리하는 차별적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브랜드 가치나 디자인 같은 감성적 요소다. 경쟁 무기가 품질에서 디자인과 브랜드로 바뀐 것이다. 현대차와 벤츠의 엄청난 가격 차이는 브랜드와 디자인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수축사회에 진입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졌지만 명품의 인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비록 생활이 어렵지만, 명품 한두 개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능력 있음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한국의 명품가방 시장 규모는 2017년 종주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수 수요가 탄탄한 결과다.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에서 직종 간 연봉구조를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2014년 기준 애플 내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분야는 디자인industrial designer으로 평균 연봉이 20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재무회계 담당자 등 단순 관리 영역은 10만 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향후 수축사회가 깊어갈수록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탐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재벌 3세들이 경영에 입문할 때 브랜드나 디자인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브랜드를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너 본인이나 자식들이 직접 담당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롯데와 신세계의 백화점 전쟁의 무기는 브랜드다. 신세계가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강남 코엑스에 거대한 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신세계가 문화를 사랑하고 선도하는 기업임을 인식시키려는 고도의 브랜드 전략이다. 신세계에서 물건을 사면 고객의 문화적 수준도 올라간다는 심리를 노린 노력인 것이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장외변수가 등장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모방자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혁신적인 경제는 일본이 미국을, 한국은 일본을, 그리고 중국은 한국을 모방하면서 성장해왔다. 그런데 모방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 기술을 모방할 때는 10년이 걸렸지만, 지금 중국은 1~2년 내 바로 따라잡는다. 왜냐하면 4차산업혁명은 미국, 일본, 한국, 중국이 비슷한 선상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방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브랜드와 디자인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경쟁의 본질은 브랜드와 디자인이 될 것이다.
창의성 전쟁
역사상 모든 전쟁에서의 승리는 적군이 예상 못한, 혹시 알더라도 모방할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할 때 가능했다. 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쟁은 신무기가 승패를 좌우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조총,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도 그러하다. 1차 세계대전 때는 탱크와 항공기, 2차 세계대전 때는 잠수함과 로켓, 원자폭탄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했다. 기존 무기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무기체계였다. 북한은 기존 재래식 무기로는 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 1980년대부터 핵무기와 그 운반체인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한이 핵개발을 끝내자 한국과 미국은 협상 외엔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새로운 창의적 시각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북한 핵 보유는 한국에 매우 큰 위협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전략적 승리로도 볼 수 있다.
수축사회에서는 팽창사회에서 사용한 무기를 재활용할 수 없다. 팽창사회에서 통용되던 무기는 적군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니 완전히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제품을 선정한 후, 브랜드심리를 노린 노력인 것이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장외변수가 등장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모방자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혁신적인 경제는 일본이 미국을, 한국은 일본을, 그리고 중국은 한국을 모방하면서 성장해왔다. 그런데 모방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 기술을 모방할 때는 10년이 걸렸지만, 지금 중국은 1~2년 내 바로 따라잡는다. 왜냐하면 4차산업혁명은 미국, 일본, 한국, 중국이 비슷한 선상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방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브랜드와 디자인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경쟁의 본질은 브랜드와 디자인이 될 것이다.
출처_’수축사회’ 홍성국 저